송강 문학기행

제6장 굽어보면 땅이요, 우러러보면 하늘이라 - 면앙정에서 (5)

김세곤 부서명 07.08.20 6947

굽어보면 땅이요, 우러러보면 하늘이라 - 면앙정에서 (5)





  지금까지 면앙정 정자에서 기대승의 <면앙정기>와 임제의 <면앙정부>를 음미한 나는 한쪽 마루 위에 붙어 있는 제봉 고경명과 석천 임억령의 <면앙정 30영>시를 본다.



 





 



  <면앙정 30영> 시는 김인후, 임억령, 고경명, 박순 등이 면앙정에 관한 30가지 정경을 시로 읊은 것이다. 그것은 추월취벽(秋月翠壁: 추월산의 푸른절벽), 용구만운(龍龜晩雲: 용구산의 늦은 구름), 몽선창송(夢仙蒼松: 몽선의 푸른 소나무), 서석청람(瑞石晴嵐 :서석산의 아지랑이), 금성고적(金城古跡: 금성산성의 옛 자취), 목산어적(木山漁笛: 목산어부의 피리소리), 사두면로(沙頭眠鷺: 모래톱에 조는 해로라기), 송림세경(松林細逕: 송림으로 뻗은 오솔길) 등이다.






  먼저 석천 임억령의 면앙정 30영중 제1영인 ‘추월취벽(秋月翠壁)’ 을  감상한다.






 빛나고 밝은 모양 연꽃이 막 피어나는 듯



 푸르고 흰 빛깔 먹물이 아직 마르지 않는 듯



 맑은 달 빛 멀리 보내주기 바라나니



 날으는 새도 너머 날기 어려울 절벽이여.






  다음에 제봉 고경명의 추월취벽 시도 감상한다. 






 쇠 같은 절벽은 검푸르구나.



 깎아지른 봉우리 까마득한데.



 가을바람 불어와 옷깃 날릴 제



 동산의 밝은 달을 기다리노라.






  또한 이 면앙정 현판에는 없으나 하서 김인후가 지은 면앙정 30영중 추월취벽 시도 함께 감상한다.






 추월이라 산 이름도 좋으려니와



 깎아지른 푸른 벽이 사면을  에워쌓네



 시내 구름 부질없이 일어나지 마소



 밤마다 맑은 빛이 돌고 돈다네.






  한편 송순의 면앙정 삼언가 현판 옆에는 퇴계 이황(1501-1570)의 면앙정 관련 시와 하서 김인후(1510-1560)의 <면앙정운>시가 함께 적힌 편액이 있다. 이황와 송순은 송순이 선산도호부사로 있을 때 친교가 잦았다 한다. 퇴계 이황은 <차면앙정운>을 남겼고 송순 부친의 비문을 쓰기도 하였다. 여기에 붙어 있는 그의 시는 <차면앙정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퇴계와 하서의 시가 함께 있다는 것이 정말 인연이다. 하서는 그의 나이 24세에 그보다 나이가 9살이나 많은 퇴계를 성균관에서 만났다. 하서는 퇴계를 ‘영남에서 가장 빼어난 분으로서 문장은 이백과 두보와 같으며 글씨는 왕희지와 조맹부의 필력이라’고 칭송하였고, 퇴계도 하서를 ‘함께 더불어 사귄 이로서 오직 하서 뿐’이라고 하여 두 영호남 선비는 두터운 교우 관계를 가졌다. 






  (한편 퇴계 이황의 호남과의 인연은 고봉 기대승과 7년간 사단칠정에 대하여 편지를 주고받음으로서 절정에 이른다. 이 ‘사단칠정논변’은  명종 시절 권신의 전횡에 숨 막혀 있던 사림들에게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하였다. 이(理)와 기(氣)에 대한 논쟁은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림들이 퇴계와 고봉 간에 오고 간 편지를 베끼고 돌려 보았다 한다.)






  퇴계와 하서의 시들은 편액 글씨가 너무 희미하여 읽기가 힘들다. 나는 <면앙정집>에서 퇴계의 시를 찾았다.






일곱 구비가 높고 낮으며 두 냇물을 끌어당기니



푸른 비단 빛 같이 앞에 둘렀네.



처마에 매인 해와 달은 머뭇거리며 지내고



좌우로 둘러있는 영과 호(壺)는 아득하게 보이네.



늙은이의 꿈이 희미하니 옛일이 허무하고



그대의 도움이 쌓였으니 경치가 값지네.



사람마다 이 가운데 즐거움을 알려할 진데



청량한 바람과 상쾌한 달빛이 같이 전할 것이네






소나무 대나무 소소하고 산길은 깊은데



정자에 올라보니 산봉우리가 난간에 비꼈네.



그림 같은 그림이 은근히 비치며 냇가와 언덕은 광활하고



마름과 냉이는 군데군데 수목은 울창하네.



꿈속에도 깊은 관심은 꾸지람을 당하던 날이요



읊으며 생각나는 것은 무마되던 때이네.



어느 때 굽히고 우러러 보며 내 뜻을 따라서



그전에 사무쳤던 수심을 떨쳐버리는가.






 한편 하서의 시는 <하서 김인후 시선>책에서 찾았다. 이 책에는 ‘면앙정 운’ 2수중 두 번째 시만 소개되어 있다.






두건에다 막대 짚고 주인 손님이 모였는데



 숲을 둘린 작은 정자가 높고도 밝구나.



 새벽 절 종소리는 바람 따라 들려오고



 구름 깔린 넓은 하늘에 기러기는 먼 길 가네.



 황혼에 달 떠오르면 산이 더욱 고요하고



 동 트면 대나무 흔들려 이슬이 먼저 마르네.



 한가한 가운데서 참맛을 얻었으니



 만사가 유유하다 나와 무슨 관계인가.






  이윽고 나는 동악 이안눌이 1610년에 담양부사 시절에 면앙정에 와서 쓴 글인 <차벽상운>편액을 대강 읽어 본다. 여기에 나오는 면앙정 오언시는 너무 좋다.






옛날에 무등곡 들으려고



누가 이 정자에 왔다 하였는고.



학의 날개는 구름 밖에 번득이고



용의 허리는 물굽이에 오그렸네.






昔聽無等曲           誰謂此亭來



鶴翼翻雲外           龍腰縮水隈






늦은 노을은 붉은 비단이 흩어졌고



개인 산 봉우리는 푸른 병풍이 열렸네.



알건데 참으로 신선의 집이니



읊으며 감회를 누를 길 없네.






晩霞紅綺散           晴翠屛開



認是眞仙宅           吟懷不自裁






  이 짧은 시에 면앙정의 정경이 모두 담겨있다. 특히 학의 날개, 용의 허리와 붉은 비단, 푸른 병풍의 대비적 표현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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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정책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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