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문학기행

제5장 송강은 지금도 흐르는 데 - 송강정에서 (6)

김세곤 부서명 07.04.03 4977

송강은 지금도 흐르는 데 - 송강정에서 (6)






다시 사미인곡으로 넘어가자.






하루 밤 서리김에        기러기 울어 낼제



위루에  혼자 올라       수정(水晶)렴 거든 말이



동산에 달이 나고        북극에 별이 뵈니



임이신가 반기니         눈물이 절로 난다



청광을 쥐어내여         봉황루(鳳凰樓)에 부치고저



누(樓)위에 걸어두고    팔황에 다 비추어



심산궁곡                   졈낮같이 맹그소서.






  계절은 이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뀐다. 밤에 서리가 내리고 기러기가 우는 가을이다. 음력 8월을 안월(雁月), 9월을 상진이라 함은 가을의 상징은 기러기와 서리라는 의미이다. 이 가을에 여인은 누각에 혼자 올라간다. 거기에서 달과 북극성을 본다. 이 달과 북극성을 보니 임이신 것 같아 눈물이 난다. 특히 해와 달, 북극성은 임금의 상징이다.






  송강은 이 밝은 달의 맑은 빛을 잡아다가 임금님 계신 봉황루에 보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임금께서 이 빛을 누 위에 걸어 놓고 온 세상에 비추어서 대낮같이 하실 것을 소원한다. 즉 임금의 성은이 조선 천지 방방곡곡, 심산궁곡에 비추길 기원한다.






건곤이 폐색하야          백설이 한빗친제



사람은 커니와            날 새도 그쳐있다.



소상 남반도              치오미 이렇거든



옥루(玉樓) 고처(高處)야   더욱 일러 무삼하리



양춘을  부쳐 내어        임 계신 데 쏘이고저



모첨 비친 해를           옥루에 올리고저






  이제 계절은 겨울로 바뀐다. 천지가 다 얼어붙어 생기가 막히고 온 세상이 눈으로 덮히어 은빛 일색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날아다니는 새마져 그쳐 있다. 흰눈으로 천지가 온통 막혀 있는 겨울 풍경을 흑백 사진으로 보는 것 같다.






  ‘사람은 커니와 날 새도 그쳐 있다’는 대목은 신영복의 '강의' 책에서 본 중국 당나라 시인 유종원(773-819)이 지은 ‘강설(江雪)’ 시의 시상 (詩想)이다.






강설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길에는 사람 자취도 끊어졌는데.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배 한 척 띄워놓고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 드리웠네.






江  雪






千山鳥飛絶 



萬逕人踪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풍설이 휘몰아치는 강에서 홀로 낚시 드리우고 앉아 있는 노인. 그 모습은 마치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같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유종원은 당송팔대가중 한사람으로 잘 알려진 당나라 시인이다. 그런데 그의 일생은 한스럽다. 그는 개혁주의자로서 34세의 나이에 왕숙문(王叔文)의 신정(新政)에 참가하였으나 보수파의 반격으로 개혁이 실패한 후에 호남성의 영주사마로 좌천당하는 등 13년간을 변경에서 산다. 그리고 좌절과 고통의 삶 끝에 4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강설(江雪) 시 1.2구는 온통 눈으로 뒤덮힌 산골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그 곳에는 새도 없고,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온통 하얀색으로 채색된 대자연만이 있을 뿐이다. 3.4 구는 이러한 풍경 속에서 홀로 배를 탄 채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노인이 있다. 이때 노인의 모습은 전반부의 넓은 대자연에 대비되어 더욱 외롭게 비쳐진다. 이 시는 매우 절제된 시어를 쓰면서 설명도 생략한 채 독자에게 이미지만을 제시함으로써 산수화 한 폭을 그림 감상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유종원은 속세를 초월한 듯 대자연에 은거한 고기잡이 늙은이의 모습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관조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정치적 실의와 고독감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강한 정신력을 느끼게 한다.






  이 ‘강설’ 시를 음미하고 나니  이 시를 쓴 유종원의 마음과 사미인곡을 읊은 송강의 마음이 비슷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종원은 중앙정치에서 밀려나서 지방에서 머무르고 있는 몸. 송강 또한 중앙정치에서 밀려나서 천리 밖 남도 땅에 낙향하여 있는 몸. 






  이어서 사미인곡은 임의 추위 걱정으로 이어진다.



소상 남반 즉 남도땅 창평도 이렇게 추운데 북쪽 한양의 궁궐은 얼마나 추울까. (소상 남반은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에 있는 소수와 상수의 남반인데 여기서는 남도 땅 담양 창평을 비유한 말이다.) 그래서 여인은 따뜻한 봄볕을 비추이어 임계신데 보내고자 한다. 임이 이 볕을 쬐고 추위를 덜게 하려는 뜻에서이다.    






홍상을 니미차고           취수를 반만 걷어



일모수죽의                헴가림도 하도할샤.



다란 해 수이디여          긴 밤을 고초 앉아



청등 걸은 겻태            전공후 놓아두고



꿈에나 임을 보려          턱 밧고 비겨시니



앙금(鴦衾)도 차도찰사     이 밤은 언제 샐고






붉은 치마를 걸쳐 입고  푸른 옷소매를 반만 걷어



저물녘 긴 대나무에 헤아림도 많고 많다.









홍상은 젊은 여인의 고운 옷치장을 뜻하는 붉은 치마이다. 푸른 소매인 취수와 저물녘 긴 대나무인 일모수죽은 당나라 시성인 두보(712-770)의 시 <가인 佳人>에 나오는 말이다. 






   가인  






   세상에 드문 절세의 미인



   깊은 골짜기에 숨어서  사네.



   스스로 말하기를  양가의 딸이었으나



   집안  몰락해 초목에 의지하니



   지난 날 장안에서 난리를 만나



   형제는 모두 죽임을 당했지요.



   벼슬이 높으면 무엇 하나요.



   자기 골육도 챙기지 못하는 것을






   몰락하면 안 돌보는 것이  세상의 인심



   껌벅이는 촛불따라 변하는 세상



   남편이 경박한 난봉꾼 이라



   옥 같은 예쁜 새 첩을 맞는구나.



   합환꽃도 때를 알아 짝을 짓고



   원앙새도 혼자서 자지 않는데



   다만 새 첩의  웃음에만 이끌려



   옛사람의 우는 소리 듣지 못하네.






   샘물도 산에서는 맑으나



   산을 나와 흐르면 탁해지네.



   시녀 구슬 팔아 돌아오고



   덩굴 끌어와 헌 집을 고치지요



   꽃을 꺾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잣을 따니 이내 손아귀에 차지요



   날씨 추워지니 푸른 옷소매 더욱 얇은데



   날 저물자 긴 대나무에 기대어 섰네.






    佳人






    絶代有佳人         幽居在空谷



    自云良家子         零落依草木



    關中昔喪敗         兄弟遭殺戮



    高官何足論         不得收骨肉



    世情惡衰歇         萬事隨轉燭



    夫婿輕薄兒         新人美如玉



    合昏尚知時         鴛鴦不獨宿



    但見新人笑         那聞舊人哭



    在山泉水清         出山泉水濁



    侍婢賣珠廻         牽蘿補茅屋



    摘花不插髮         采柏動盈掬



    天寒翠袖薄         日暮倚修竹






  전쟁 때문에 몰락한 양반집의 규수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궁벽한 산골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모습에 무한한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시이다.



송강이 두보의 시 <가인>에서 취수와 일모수죽이라는 말을 사미인곡에서 쓰면서 이런 시에 얽힌 사연을 모를 이 없었으리라.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처지를 선조 임금으로부터 멀어진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생각하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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