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문학기행

제5장 송강은 지금도 흐르는 데 - 송강정에서 (8)

김세곤 부서명 07.04.17 5953

송강은 지금도 흐르는 데 - 송강정에서 (8)


 - <속미인곡> 해설






  그런데 송강의 <사미인곡> 가사를 읊고 나니, <사미인곡>을 지은 후에 송강이 지었다는 <속미인곡>이 저절로 생각난다. <사미인곡> 보다 더 애절하고 더 곡진한 사모곡이고, 절제된 사랑의 노래를 순 우리말로 읊어서 후대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은 가사. 두 여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화를 통하여 하소연하는 대화체 가사인 <속미인곡>은 한을 안고 외롭게 살아간 조선여인들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은 노래였다. 그러면 <속미인곡>을 감상하여 보자.






속미인곡






뎨가는 더각시                 본듯도 한더이고



천상 백옥경(白玉京)을       엇디하야  이별하고



해다뎌 저믄날의              눌을 보라 가시는고.






  속미인곡의 첫 머리는 갑녀가 을녀에게 어디를 가는 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갑녀는 ‘왜 젊은 각시가 천상의 백옥경(옥황상제가 산다는 곳)을 이별하고 해 다 저문 날에 누굴 보러 가는 지’를 묻는다. 여기서 백옥경은 임금이 사시는 궁궐의 은유이다. ‘옥경을 이별’한다는 것은 송강 자신이 임금 곁에서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임금의 사랑을 받다가 이제는 물러나 창평에서 은거 생활을 하고 있는 송강의 처지를 여인의 처지로 바꾸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와 네여이고               내 사설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괴얌즉  하냐마는



엇딘지  날 보시고          너로다  녀기실새



나도 임을 믿어              꾼뜨디  전혀업서



이래야 교태야               어지러이 구돗던지



반기시는 낯빛이            예와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니러안자  헤아하니



내 몸의 지은 죄             뫼같이   싸혀시니



하늘히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허믈하랴.



셜워 플텨헤니               조믈(造物)의 탓이로다.






  을녀는 갑녀에게 임과 이별한 사연을 늘어놓는다.



내 얼굴과 내 거동을 보고  임께서 나를 항상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어 딴 생각 전혀 없이 응석과 아양을 부렸는데, 이것이  지나치게 군것이었는지 화근이 된 것인지 반기시는 얼굴빛이 옛날과 다르다. 임과 이별한 이유가 무엇이지를 곰곰이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려보니 내 몸이 지은 죄 때문이다. 내 잘못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이렇게 헤어진 것이 내 운명인 것을. 을녀는 자조와 체념에 잠겨 있다.   






글란 생각 마오.






그렇게만 생각 마오. 갑녀가 낙담하여 있는 을녀를 위로하는 말이다.  이어서 을녀는 이렇게 말한다.






맺힌 일이 이셔이다.



임을 뫼셔이셔                임의 일을 내 알거니



물같은 얼굴이                편하실 적 몇 날일고 



춘한(春寒) 고열(苦熱)은  엇디하여 디내시며



추일(秋日) 동천(冬天)은  뉘라서  뫼셨는고



죽 조반 조석 뫼              녜와갓티 셰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엇디 자시는가.






  마음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시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알거니와 물같이 연약한 몸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일까? 춘하추동  사시절에 잘 지내시는지, 식사는 잘 하시는 지, 기나 긴 밤에 잠은 잘 주무시는지. 여인은 소박을 맞고 혼자 살아도 자나 깨나 임이 어찌 지내시는지에 대한 걱정이다. 독수공방하는 여인의 처지일지라도 내 서방께서 잘 지내고 계시는 지를 걱정하는 것이 우리네 조선 여인들의 정서이었다. 송강은 사대부 남자인데도 이런 여인의 심정을 이렇게 잘 표현하고 있다. 조선 여인네 심정으로 서방님의 일상 기거, 밥 먹고 잠자는 것에 대한 걱정을 정말 잘 그리고 있다.






님다히 소식을             아므려나  알자하니



오늘도 거의로다          내일이나 사람올까



내마음 둘데없다          어드러로 가쟛말고



잡거니 밀거니             높은뫼에 올라가니



구름은 카니와             안개는 무스일고



산천이 어둡거니          일월을 엇디보며



지척(咫尺)을 모르거든  천리를 바라보랴



차라리 물가의가          배길히나 보자하니



바람이야 물결이야       어둥정 된더이고



사공은 어디 가고         빈배만 걸렸나니



강천에 혼자 서서         디는해를 구버보니



임 다히 소식이            더욱아득 한더이고






  앞 번 가사에서는 여인은 임이 잘 계시는지를 걱정하였는데 이 구절에서는 임 소식을 알고자 몸부림 치고 있다.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려고 하니 오늘도 날이 거의 저물었다. 내일이나 임의 소식 전해 줄 사람이 올까 하고 가슴 조였지만 소식이 없다.



내 마음 둘 곳이 없으니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이어서 여인은 임 소식을 알려고 여러 방법을 강구한다.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갔는데 무슨 일로 사방이 구름과 안개로 덮혀서 산천이 온통 어둡다.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로 어수선하고 뱃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려있다.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다. 이렇게 여인은 임의 소식을 알고자 온 산으로 온 물가로 헤매고 다니나, 임 소식은 없고 만사가 허사이다.






  이 가사 구절은 첫 구는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 알자 하니’에서 시작하여 ‘임 소식 더욱 아득하구나.’로 끝나면서 ‘오늘-내일, 잡거니-밀거니, 높은 산-물가, 구름- 안개, 지척- 천리, 바람-물결’등 시어가 서로 대조되면서 임 소식을 알고자 하는 안타까움이 점증되고 있다.






모첨 찬 자리에                 밤듕만   돌아오니



반벽 청등은                    눌 위하야 발갓는고.



오르며 내리며                  헤뜨며 바니니



져근덧  역진하여              풋잠을 잠간드니



정성이 지극하야               꿈에 임을 보니



옥 같은 얼굴이                 반이나마 늘거세라



마음에 먹은 말씀              슬카장 살쟈하니



눈물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 하며



정을 못다 하여                 목이 조차매여



오뎐된 계성(鷄聲)에          잠은 어찌 깨돗던고






  여인이 산과 강을 헤매다가 초가집 찬 잠자리에 한밤중에 돌아오니,



공방의 바람벽에 희미한 등불만 쓸쓸히  켜져 있다.



여인은 낮에 산으로 오르내리고 물가로 헤매고 돌아다닌 것이 너무 피곤하여 얼핏 잠이 들었는데 임이 꿈에 나타났다. 사람이 낮 동안에 어느 것을 골몰히 생각을 하면 그것이 꿈에 나타나는 것은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겪는 일이다. 여인도 임 그리는 정성이 지극하였던지 여인의 꿈결에 임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꿈에 보니 임이 너무 늙었다. 옥과 같이 곱던 임의 모습은 반이나마 늙었다. 여인은 임에게 그동안 못다 한 말을 실컷 하려고 하니 눈물이 쏟아져서 목이 멘다. 그런데 방정맞은 닭이 벌써 울어서 잠이 깬다. 꿈에서 임에게 제대로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어와 허사로다             이 임이 어데간고.



결에 일어안자             창을 열고 바라보니



여엿븐  그림재            나조츨 뿐이로다.



차라리 싀어지여          낙월(落月)이나 되야이셔



임 계신 창안에            번듯이 비최리라






아! 너무나 허망하다. 임이 사라져 버렸으니. 꿈에라도 보고 싶은 임을 새벽닭이 쫒아 버렸으니. 일어나 앉아 창문을 열고 보니 혼자서 외로이 있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 처량하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안에 가서 환하게 비추리라.






  여인은 ‘지는 달이 되어 임 계신 창에 환하게 비추리라‘고 한다. 달이 되어 임에게 가고 싶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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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정책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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