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문학기행

제4장 대숲 바람 부는 소쇄원에서(5)

김세곤 부서명 07.02.06 4471

제4장 대숲 바람 부는 소쇄원에서(5)





제월당 마루에서 인연을 생각하다






  그리고 보니 제월당 방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도연명과 주돈이에 빠져있었다. 나는 마루로 발길을 옮긴다. 방 바로 옆 마루 위에는 제월당 (霽月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 글씨 역시 우암 송시열이 쓴 것이다. 그리고 편액이 세 개 걸려 있다. 면앙정 송순, 송천 양응정, 고봉 기대승의 시가 함께 적힌 편액, 석천 임억령의 시가 적힌 편액, 그리고 하서 김인후와 소쇄처사 양산보의 시가 같이 있는 편액이 그것이다. 두 번째 마루 위에는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 현판이 있고, 김성원, 고경명, 송강 정계함의 시가 같이 있는 현판 등이 걸려 있다.



 








 



  나는 이 제월당 마루에서 송강의 스승인 하서와 고봉, 면앙정, 석천, 송천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니 약간 흥분된다. 서하당, 제봉등 송강의 친구들도 이곳에서 같이 보니, 누군가가 이 제월당 편액의 배치를   정말 기가 막히게 잘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장 먼저 서하당, 제봉의 시와 같이 걸려 있는 송강의 시부터 본다. 거기에는 <소쇄원 운에 차하다> 2수가 적혀있다. 이 시들은 소쇄처사 양산보에 관한 시이다. 






소쇄원 운에 차하다 2수






산림이 구름 속에 들어 있으니



도덕군자 마음은 생생하구나.



바람 속의 소나무는 신통한 피리소리 보내오고



달 아래 대나무는 맑은 그늘 띄우네.



여기에서 알맞게 익은 술을 마시며



길고 짧은 소리로 글을 읊조려



산에 사는 사람이라 어찌 벗이 없으리오.



때로는 두어 마리 새들도 있네.






 次瀟灑園韻 二首






林壑隱雲表  生君道者心    



風松送靈籟  月竹散淸陰



爰以淺深酒  遂成長短吟



山人豈無友  時下兩三禽 






개결하고 고상한  한 인물이



산중에 홀로 문 닫고  사네.



물은  청산을 따라 어울리고



울타리는 자주빛 등넝쿨로 에웠구려.



숨어 살자는 뜻이 본래 아니지만



자연히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구나.



그래도 여기에  진정으로 참다운 낙이 있으니



숨어사는 일이라고 아주 미미한 것은 아니라오.






耿介高蹤客  山中獨掩扉   



水因靑嶂合  籬以紫藤圍   



非是隱淪志  自然車馬稀   



此間有眞樂  幽事未全微  






  다음에 양산보와 하서 김인후의 시가 같이 적힌 현판에서 하서의 시를 살펴본다. 원래 이 시의 제목은 ‘양언진 형을 방문하여 임정을 제목으로 글을 쓰다(訪梁兄彦鎭題林亭)’ 이다.






맑은 경계 예로부터 구하기가 어려워



우리 형 사는 곳은 세상에 드물도다.



서리 속에 세 그루 매화 향기 흩날리고



눈 속의 대나무는 우거져서 싱싱하기도 하여라.



오리 떼는 정다웁게 물가에서 노닐고



긴 시내는 제멋대로 졸졸 흐르는구나.



흥에 겨워 정자에 올라 거닐면



속세의 그 시절을 까맣게 잊어라. 






淸境由來卜得難  吾兄所宅罕人間



凌寒粉馥梅三樹  度雪蒨葱竹數芉



羣鴨有情遠乏乏  長溪無任自潺潺



逍遙亭上堪乘興  孃却當時俗士看






  이어서 나는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시가 적힌 현판을 본다. 소쇄원 48영. 소쇄원 자연경관 48가지를 읊은 시. 이 시에는 단순한 경치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속에 소위 자연과 인생의 도가 있다. 마치 주자의 무이구곡과 같다. 숫자 48에도 뜻이 있다. 48은 우주 만물의 변화와 상생의 이치가 들어 있는 숫자이다. 나는 이 <소쇄원 48영>중에서 소쇄옹 양산보에 관한 시 몇 수를  본다.






제2영 개울가에 누운 글방






창이 밝으면 책을 읽으니



물 속 바위에 책이 어리비치네.



한가함을 따라서 생각은 깊어지고



이치를 깨닫는 연비어약의 경지에 들었네.






  이 시는 하서가 양산보를 일컬어 쓴 시이다. 그는 ‘소쇄옹의 학문과 생각이 연비어약(鳶飛魚躍)의 경지에 들었다’고 대단한 칭찬을 하고 있다. 연비어약이란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서 ‘솔개가 하늘을 나는 것이나 물고기가 못에서 뛰는 것’은 모두 자연스러운 도의 작용으로서 군자의 덕화가 널리 미침을 의미한다.






  또 하서는 소쇄옹과의 관계를 이렇게 적고 있다.



  



제20영 맑은 물가에서 거문고를 비껴 안고






거문고 타기가 쉽지 않으니



온 세상을 찾아도 종자기가 없구나.



한 곡조가 물 속 깊이 메아리치니



마음과 귀가 서로 알더라.






  지난번 글에서 백아가 종자기의 죽음으로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언급한바 있다. 1, 2구는 온 세상을 찾아도 종자기 같은 지음(知音)의 친구가 없어 거문고 타기가 쉬지 않은 소쇄처사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3.4구는 거문고 한 곡조를 타니 마음과 귀로 그 음을 서로 안다고 읊고 있다. 소쇄옹과 하서와의 친교를 나타내는 글귀이다. 여기에서 소쇄옹은 거문고를 타는 백아가 되고, 하서는 그 거문고 가락을 이해하는 종자기이다.






  한편 소쇄처사 양산보는 1557년 3월에 소쇄원의 안방에서 별세한다. 소쇄옹을 저 세상으로 보낸 하서의 슬픔은 너무 컸다. 그 슬픔을 나나타낸 것이 <소쇄원주인만(瀟灑園主人挽)>이란 시이다.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한 것이 몇 해이던고.



고요하고 한가한 소쇄원이네



이 사람 지금 이미 이승 사람이니



병든 내 다시 무슨 말 하겠는가.



백발이 온통 목을 뒤덮었는데



청산은 가물거려 넋을 끊어놓네



부질없이 오곡의 물만 남았으니



누워서 전원을 거슬러 볼까 생각하네.






  이렇게 만시를 쓴 하서 김인후는 장례식에서 소쇄옹에게 이제 저 세상에 가면 먼저 죽은 하서의 딸이자 소쇄옹의 며느리(양자징의 부인)도 보겠노라고 하면서, 그 딸을 만나거든 그녀에게 안부나 전해 달라고 했다 한다. (하서의 딸이자 소쇄옹의 며느리는 소쇄옹보다 7년 먼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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